2014년 9월 29일 월요일

노력하면 `입신양명` 성공시대 저물어

2013년 1월 7일 매경 기사

◆ 중산층이 희망이다 / ① 부러진 중산층 사다리 ◆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임미연 씨(가명ㆍ29)는 지난해 서울의 한 공기업 신입사원으로 취직했다. 법원ㆍ검찰청이나 대형 로펌에 가지 못하더라도 부장ㆍ과장급 대우를 받고 기업에 취직했던 선배들의 얘기는 임씨에게는 `전설`이다. 임씨가 대리는커녕 일반 대졸 신입사원과 똑같은 대우를 감수하고 이 기업에 취직한 이유는 연간 1000명 수준으로 늘어난 사법시험 합격자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설로 법조계 노동 공급이 포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에도 임씨처럼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법연수원 졸업자가 있었다. 최근에는 로스쿨 1기 졸업생 2명이 후배 신입사원이 됐다.
 
평범한 중산층도 열심히 노력하면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을 갈 수 있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명문대 입학과 고등고시ㆍ사법시험 합격, 박사학위 취득 같은 전통적인 신분 상승 사다리에 경쟁적으로 신규 주자들이 진입하면서 사다리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대표적인 입신용 사다리였던 대학은 이 같은 세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허다한 가구가 사교육비에 돈을 쏟아붓는 `대학 졸업장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교육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대졸 취업자는 2011년 67만5000명 선으로 1995년(8만1000명 선)의 8배에 달한다.
LG경제연구원은 대학 등록금과 4년간 포기해야 하는 임금소득 비용, 사교육비를 감안해 자체적으로 수익률을 분석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높은 소득 수준을 기대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실제 소득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등용문이었던 사법시험을 이어받은 로스쿨은 일종의 자격증 취득의 장(場)으로 전락했고, 외무고시는 2014년부터 국립외교원을 통한 자체 양성 체제로 바뀐다.  
 
박사급 인재도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의 `2012년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3만1200명의 석사와 9000명의 박사가 사실상의 실업자인 `취업애로계층`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는 "상위계층도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새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수 차장(팀장) / 신현규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범주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석우 기자 / 백상경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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