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9일 월요일

30년 뒤 짜장면 8만원, 쏘나타 5억원 … 종신보험 다시 생각하라 [김진영의 행복한 은퇴설계]

중앙일보 2011년 9월 20일 기사

1980년 이후 30년 동안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4배 정도 올랐다. 연간 상승률은 5% 안쪽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앞서 60~70년대엔 연평균 14%나 됐다.

그렇다면 80년에 짜장면은 얼마였을까? 한 그릇에 350원이었다. 지금은 5000원 정도 한다. 우리나라 1세대 자가용인 포니2가 82년에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가격은 227만원이었다. 지금 국산 중형차는 대략 3400만원 한다. 모두 15배 정도 올랐다. 체감물가로 보면 매년 10% 정도씩 오른 것이다. 이대로라면 30년 뒤에는 짜장면이 8만원에 육박하고, 웬만한 중형차는 5억원이 넘게 된다.


 
2000년대 초반 5억원짜리 종신보험을 들었던 베이비 부머의 경우 만일 2040년(80세)에 죽는다면 보험금으로 중형차 한 대 사면 그만인 셈이다. 물가가 안정된 지난 30년 동안이 그랬는데, 요즘 물가를 보면 앞으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이 앞선다. 은퇴생활에서 인플레는 정말 치명적이다. 은퇴자의 경우 들어오는 돈은 일정한데 생활비는 하루가 달리 올라가고 자산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인플레는 은퇴라는 배 바닥의 구멍과 같다. 물가 문제가 나오면 금융권에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금리의 '복리효과'다. 이는 이자에 이자가 붙어 돈이 불어나는 효과인데 만약 1000만원을 금리 5%로 넣어 두면 14년 뒤 2000만원으로 두 배가 된다. 그런데 물가는 '역의 복리효과'가 있다. 물가가 매년 5% 오르면 1000만원은 14년 뒤 실질가치가 반으로 줄어든다. 만일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같다면 내 돈의 실질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5%로 같더라도 체감물가가 10% 오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1000만원을 복리로 저축해도 14년 후 체감가치는 500만원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데 앞으로 금리는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소비자물가만큼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은퇴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계속 소비자물가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즉 앞으로 금리와 체감물가의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30년과는 전혀 다른, 그리고 겪어 보지 못한 은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물가+α' 개념으로 은퇴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만 해도 이미 보험료를 다 냈다면 모르나 아직도 6~7년 이상 더 내야 한다면 고민스러울 것이다. 지금 보험료는 부담이 되고 나중에 받게 될 보험금은 차 한 대 값 정도인데, 해약하고 다른 곳에 투자해야 하나? 그래도 생명보험은 필요하니 정기보험으로 전환할까? 이제부터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준비를 다른 관점에서 풀어나가 보자.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jykim61.kim@samsung.com






`부러진 사다리`…외환위기 이후 하위 20% 계층 소득 줄었다

매일경제 2014년 6월 2일 기사
 
◆ 한국판 피케티 보고서 ◆
 
 

한국의 소득불균형은 상위층의 소득 집중에도 원인이 있지만 하위층이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부서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51.6%는 근로장려금제도(EITC)를 '들어본 적도 없고 내용도 모른다'고 답했다. EITC는 저소득층이 일을 하면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나아가 보조금까지 얹어주는 제도다. '일하는 복지'의 대표적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해 '내용을 잘 안다'고 답한 이들은 2.95%에 불과했다.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약 7000명의 복지패널들을 조사해서 나온 결과다.

복지패널은 정책효과를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소득층의 비중을 높게 잡아서 조사하는데도 EITC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나타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저소득층에 '일하는 복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통계청의 가계조사를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로 보정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1인당 세전 근로소득을 추정해 본 결과 하위 20% 소득은 외환위기 직후부터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 교수는 "상위층의 소득비중이 증가하고 있음과 비교해 보면 계층별로 소득 동향이 상승, 정체, 하락으로 마치 부채 모양처럼 분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고소득자들이 금융소득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비중은 한국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2007년 상위 0.05% 계층의 소득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였지만 2012년에는 22.7%로 감소했다.

토마 피케티의 주장처럼 거액의 자산가들이 높은 자본수익률을 거둬서 부의 불평등을 더욱 키운다는 논리가 한국에도 적용되는지를 확인한 분석 결과는 아직 없다.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는 통계치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매일경제신문이 복지패널 샘플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저소득 가구가 중산층이나 상위층으로 올라간 비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2005~2006년 사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간 이들은 전체의 29%에 달했지만 2011~2012년 사이 이 비중은 22.97%로 떨어졌다.

반면 가계상태가 적자인 가구가 이듬해에도 적자를 유지할 확률은 2005~2006년 33.92%에서 2011~2012년 45.54%로 높아졌다.
 
 
여기서 저소득층이란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을 1위에서 꼴찌까지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소득(중위소득)보다도 절반 이상 소득이 낮은 가구를 의미한다.

결국 한국의 소득불균형은 상위 소득자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측면도 있겠지만 하위 소득자들의 소득 감소 때문에 나타나는 현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은 각종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돼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전체 취업자의 40%인 1000만명 이상이 1차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의 정식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임금근로자 중 고용보험 적용이 제외돼 있는 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인 자영업자, 특수고용인, 농어민 등이 그들이다.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질 낮은 일자리 근무 형태가 지속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고 소득분배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이 일하게끔 만드는 복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도 문제다. EITC의 경우 국세청 신고절차가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제대로 제도를 인지하는 이들이 드물다. 일종의 실업부조로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저소득층 취업성공 패키지'도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소득상승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인지도를 더 늘리고 시행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주가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장벽'이다. 고용주들은 뽑고 싶은데 노조의 반대나 각종 이익단체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둔 벽들이 존재한다. 1997년부터 6년간 운용됐던 외무고시 2부제가 고위 외교관 자녀들의 관직 진출 길을 열어 주는 현대판 음서제도로 활용된 것이 하나의 사례다. 대표적 고소득 샐러리맨들을 고용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대부분 전직 장관이나 재계 고위층의 자녀들을 선호한다.

[신현규 기자 / 박윤수 기자]

노력하면 `입신양명` 성공시대 저물어

2013년 1월 7일 매경 기사

◆ 중산층이 희망이다 / ① 부러진 중산층 사다리 ◆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임미연 씨(가명ㆍ29)는 지난해 서울의 한 공기업 신입사원으로 취직했다. 법원ㆍ검찰청이나 대형 로펌에 가지 못하더라도 부장ㆍ과장급 대우를 받고 기업에 취직했던 선배들의 얘기는 임씨에게는 `전설`이다. 임씨가 대리는커녕 일반 대졸 신입사원과 똑같은 대우를 감수하고 이 기업에 취직한 이유는 연간 1000명 수준으로 늘어난 사법시험 합격자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설로 법조계 노동 공급이 포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에도 임씨처럼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법연수원 졸업자가 있었다. 최근에는 로스쿨 1기 졸업생 2명이 후배 신입사원이 됐다.
 
평범한 중산층도 열심히 노력하면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을 갈 수 있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명문대 입학과 고등고시ㆍ사법시험 합격, 박사학위 취득 같은 전통적인 신분 상승 사다리에 경쟁적으로 신규 주자들이 진입하면서 사다리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대표적인 입신용 사다리였던 대학은 이 같은 세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허다한 가구가 사교육비에 돈을 쏟아붓는 `대학 졸업장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교육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대졸 취업자는 2011년 67만5000명 선으로 1995년(8만1000명 선)의 8배에 달한다.
LG경제연구원은 대학 등록금과 4년간 포기해야 하는 임금소득 비용, 사교육비를 감안해 자체적으로 수익률을 분석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높은 소득 수준을 기대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실제 소득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등용문이었던 사법시험을 이어받은 로스쿨은 일종의 자격증 취득의 장(場)으로 전락했고, 외무고시는 2014년부터 국립외교원을 통한 자체 양성 체제로 바뀐다.  
 
박사급 인재도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의 `2012년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3만1200명의 석사와 9000명의 박사가 사실상의 실업자인 `취업애로계층`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는 "상위계층도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새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수 차장(팀장) / 신현규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범주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석우 기자 / 백상경 기자 / 김유태 기자] 
 
 
 

요람부터 무덤까지,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2014년 9월 30일 기사

[머니투데이 신희은기자 gorgon@mt.co.kr]

[편집자주] 일자리는 밥벌이다. 동시에 꿈과 희망, 미래다. 생계가 팍팍하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유다. 시간제 근로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10대와 20대의 알바는 그나마 낭만이라도 있다. 가족을 책임져야할 30~40대, 노후를 즐겨야할 60~70대가 어쩔 수 없이 알바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실상을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②] 통계로 본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알바'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0대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60세 이상 시간제 근로자는 53만8000명(같은 연령대 전체 근로자 대비 32.6%)이다. 지난 2010년 31만9000명(27.6%) 대비 21만9000명(5%p) 급증했다.(표 참조)

60대 근로자들이 대부분 경비원이나 빌딩 청소 같이 알바는 아니지만 근로조건이 알바 수준에 불과한 업종에 종사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인 알바' 들의 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헌수 시니어노동조합 위원장은 "요즘 노인들은 평균 54세에 퇴직해 71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17년 이라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일자리는 당연히 없고 외롭고 돈도 없기 때문에 일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내년엔 취업되겠지…수년째 알바로 연명"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급증한 또 다른 연령대는 20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 3월 기준 34만9000명이다. 같은 연령대 전체 임금근로자 대비 10.6%에 해당한다.

다른 연령대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경기 변동에 따라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는 것에 비해 20대 시간제 근로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7만1000명(8.0%), 2011년 27만8000명(8.34%), 2012년 31만7000명(9.4%) 등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는 구직자들은 일단 '알바' 등 기간제 근로에 나서며 취업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한 구직자는 "'올해 경기가 안좋다''올해 채용을 줄인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자취비라도 내기 위해 알바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몇년째 채용을 줄이면서 내년에 취업해야지 했던 게 수년간의 알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좁아지는 취업문·갑작스런 은퇴 모두 알바로

생애 주기별로 10대부터 노년층까지 알바로 전전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잡코리아 좋은 일자리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채용을 진행하는 대기업 110개사의 채용규모는 총 1만513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7.1% 감소했다.

그나마 채용을 하고 있는 업종은 유통업이나 서비스업 등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증가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표적으로 알바 채용이 많은 업종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은퇴하게 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퇴직금 정도만 손에 들고 은퇴해 창업을 했다가 고배를 맛보고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제 근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양금승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은 "국가가 제공하는 노후보장은 취약한 상태에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은퇴를 하고 있다"며 "얼마 안되는 퇴직금으로 다른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보니 치킨집을 차렸다 경험부족 등으로 망하면 그대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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